
둘째 날 아침. 일어나자 마자 짐을 정리하고, 12시도 되지 않아 콘도를 나섰다. 여행을 오면 뭘 먹거나, 콘도 주변 산책로등을 산책하거나, 콘도 안 부대 시설을 이용하거나. 어쨌든 콘도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았던 전례들을 보면 파격적인 여행이다. 저녁 한끼를 먹고 TV보고 잔게 전부였으니.
어쨌든 일어났으니 밥은 먹어야겠고, 이번에도 혜승이가 미리 봐 둔 두물머리 근처 밥집으로 차를 몰았다.

사진 화질이 안습인건 아이폰 사진이기 때문. (카메라를 차에 놓고 내렸었다)
시골 밥상이라는 집인데, 나물 밥에 갖은 반찬과 찌개 두 종류를 포함해 한 상이 1인당 만원이다. 퀄리티는 이 전편에서 소개한 토담골에 비하면 많이 떨어지지만, 이렇게 근사한 한상 차림이 만원이면 와볼만 하잖을까. 찌개와 조림 몇가지를 빼면 대부분 나물 반찬이라 대개 비빔밥을 만들어 먹는다. (나도 그렇게 먹었다.)

밥집 바로 앞에 같은 곳에서 운영하는 카페가 하나 있다. 대개는 밥 줄이 너무 길 때 사람들이 대기하는 장소로 쓰이는 듯. 이 곳에서는 과일이 무제한으로 제공된다. (하지만 커피는 좀 안습...)
카페에 앉아서 아이폰으로 어딜 갈까 이곳 저곳 근처 구경할 만한 곳들을 뒤적이다가 전에도 몇번 근처를 지났던 남양주 종합 영화 촬영소를 가보기로 했다.

중간에 지나가다 랑이가 인터넷에서 본 적이 있다고 하는 찐빵집을 발견. 원래 조안 찐빵이 좀 유명하긴 한데, 이 집 주인 아줌마에게 재밌는 얘기를 들었다.
조안 찐빵이 원래부터 유명했던 것은 아니란다. 여기 있었던 찐빵집이 돈을 많이 벌었는데, 돈을 번 다음 다른 곳(조안면이 아닌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갔다고 한다. 그리고 나니 찐빵 집들이 그 자리를 차지하려고 지네들이 서로 원조라며 우후죽순처럼 생겼다고. 그러다 보니 국도변에 찐빵 집들이 쭉 늘어서게 되었고, 조안 찐빵이 유명해진 모양이다. 참고로 그 아래쪽에 "35년 전통 원조 찐빵" 이라고 붙은 간판집은 올 1월에 새로 생겼다고. ㅋㅋㅋㅋ
아줌마의 말에 의하면 "찐빵을 같은 공장에서 떼어 오기 때문에" 어느 집이나 맛은 같단다. (...)

어쨌든 조안 찐빵, 처음 먹어봤는데 꽤 맛있었다. 앙금이 너무 달지 않고, 빵이 촉촉해서 입에 착착 붙는다. 윤하도 양 손에 한쪽씩 찐빵을 들고 꾸역꾸역 끝까지 다 먹는다.

남양주 영화 종합 촬영소 도착. 여기에는 실제 영화 촬영에 쓰인 세트들이 관람객들에게 오픈되어 있는데, 대표적인 세트가 공동 경비구역 JSA에 쓰였던 판문점 세트다. 워낙 유명한 장면이라 모르는 사람은 없을듯?

물론 아무것도 모르는 윤섭씨는 기를 쓰고 장난을 친다. ㅋㅋ
영화에 관심이 많았던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 세트를 만들 땐 <고증>을 위해서 실제로 건물을 짓는지, 혹은 겉만 짓는지가 가끔 궁금했다.

이 건물. 판문각 건물인데, 실제로 영화에서 이 내부가 나왔다는 기억은 없다. (협상 장면은 그 위 사진에 나오는 슬레이트 가건물 안에서 촬영되었다.)
그래서 판문각 건물로 다가가서 뒤를 살펴봤더니,

역시나 이렇게 생겼다(...)
앞에서 보이는 딱 절반만 지은 셈. 뒷부분은 벽도 없이 얇은 합판으로 대충 메워져 있었다. 고증과 합리성이 적절하게 조화를 이루는 수준에서 타협을 하는 모양이다.
그 위쪽으로는 대개 사극, 그것도 저잣거리를 촬영할 때 쓰이는 세트가 있었다.

이런 식이다. 취화선, 스캔들등의 영화가 이 곳에서 촬영되었다고 한다. 또 다른 영화 촬영을 준비하고 있었는지 저잣거리 일부에는 이렇게 배경 소품들이 늘어 서 있었다.
이 동네를 구경하다 놀란 것은, 건물이 정말 교묘하게 배치되어 있다는 것. 적당한 직선과 곡선으로 동선을 메우고, 건물을 각도에 따라 다른 모양으로 지어서 몇개 되지도 않는 건물과 골목 모양이 촬영 위치와 카메라 방향에 따라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보이게 만들어 놓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어느 지점에서 어느쪽으로 고개를 돌려도 그럴듯한 풍경이 연출된다. 영화 세트의 제작 기법과 노하우를 게임 배경 제작에도 적용할 수 있을 것 같다... 는 생각도 들었다.

돌아오는 길에,
문득 처다본 하늘에 솔개 한마리가 부유(浮遊)하고 있었다.
2월의 짧은 가족 여행이 끝났다. 회사 일정이 너무 바빠 1박 2일에 일정을 몰아 넣다 보니 이렇게 열심히 돌아다니게 되었는데, 이제 윤하가 말로 어느정도 통제가 가능하니 가족끼리 정말 여행을 갈만 하다. 윤섭이가 내년에 학교에 들어가면 여행은 더욱 소원해질테니까 올해 정말 열심히 다녀야겠다.
당장 4월쯤엔 1년도 넘게 미루고 있는(남아 있는) 재충전 휴가를 며칠 잘라 쓰고 수안보에 가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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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 재밌게 잘 봤어요. 24시간을 48시간처럼 썼던 꽉 찬 여행이었죠. 정말 즐거웠어요. 아이들과도 이제 제법 '가족여행'스러운 여행을 즐긴다는 생각이 들었죠. 멍청한 네비라도 있으니 참 유용하네요. ㅋ 다음에도 또 맛집 찾아다니며 즐거운 여행 해요. ^^ 양평은 이제 너무 많이 가서 제2의 우리 동네같은 느낌이 드네요. ㅎㅎ